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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찾아온 불청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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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니뇨 등의 기상이변으로 지구촌 곳곳에서 인명과 농사 피해로 경제적 손실을 입고 있는데 우리 나라도 예외가 아니어서 올해 농사가 걱정이라고 한다. 이런 변화는 경제적 손실 뿐 아니라 새로운 건강 문제를 유발하고 있다. 수 천년간 인류를 괴롭혀 오던 전염병(콜레라, 흑사병, 장티푸스, 천연두 등)이 생활 환경의 개선과 적극적인 예방과 치료로 거의 자취를 감추었는데 이런 병이 다시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올 여름과 가을 전국에서 발생한 세균성 이질과 몇 년 전부터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말라리아가 대표적인 불청객이다.
  
  

  세균성 이질은 물을 통해 전염되는 수인성 전염병으로 과거에 콜레라와 함께 여름에 건강을 위협하던 대표적인 병으로 수년간 잠잠하다가 올 여름 맹위를 떨쳤다. 올해 세균성 이질이 집단 발생한 원인으로는 이상 고온으로 세균의 서식 조건이 좋아졌고 집중호우로 재래식 화장실이 넘쳐 주변 환경이 크게 오염되어 전염이 확산된 것이고 세균성 이질 치료에 일반적으로 쓰이는 항생제가 내성이 생겨 이 약제로 치료한 환자가 완치되지 않고 계속 보균자로 남아있으면서 균을 전파하였을 가능성도 있다.
  
  

  이질은 환자나 보균자의 대변을 통해 배설된 이질균이 병을 일으키며 균에 오염된 물이나 손을 통해 전파가 되는데 음식이나 환자가 사용한 식기를 통해서도 전염이 되며 가족 중 한 명이 이질에 걸리게 되면 모든 가족에게 빠른 시간 내에 전염될 수 있다. 또 위생 상태가 불량하거나 집단급식을 하는 학교, 병원, 사회복지시설에서 급속히 퍼질 수 있다.
  
  

  이질은 주로 소화기 증상을 일으키는데 고열과 함께 복통, 구토, 설사가 나타난다. 특징적인 증상은 대장 점막이 균에 의해 손상되면서 쌀뜨물 같은 설사를 하루 10회 이상하며 증상이 심해지면 점액성 변과 피가 섞인 설사를 하게 된다. 대량의 설사는 탈수에 빠지게 하는데 노인이나 어린이 특히 유아들은 탈수로 인해 사망할 수도 있다.
  
  

  치료는 설사로 인한 탈수를 교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세균성 이질 환자로 진단되면 격리하는 것이 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 필요하다. 수액과 전해질 보충을 하면서 항생제 치료를 적절히 하면 증상이 호전되고 회복될 수 있으나 초기에 탈수가 심한 경우 위험할 수도 있으므로 고열과 함께 대량의 설사를 하면 바로 병원에 가서 이질 여부를 확인하고 초기에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모든 병이 그렇지만 병이 생긴 후의 치료보다는 예방이 중요한데 유행시 뿐만 아니라 평상시에도 화장실에 다녀온 후에는 손을 깨끗이 씻는 개인 위생수칙을 잘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음식 만들기 전, 식사 전에도 손을 씻어야 하는데 이때 흐르는 물에 비누로 씻는 것이 좋다. 이질 유행할 때는 집단급식 시설에서는 각별한 위생관리를 해야한다.
  
  

  세균성 이질과 함께 찾아온 건강 불청객은 학질이라고 알고 있는 말라리아이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매년 약 4억명의 말라리아 환자가 발생하고 이중 200백만명이 사망하고 있는데 우리 나라에서는 60년대까지 기승을 부리다가 효율적인 퇴치작업을 벌인 후 70년대말 이후로는 종적을 감추었다가 93년 환자 발생이 있은 후 94년 20명, 95년 107명, 96년 356명, 97년에는 1,724명으로 환자가 급격히 늘고 있으며 올해에도 8월말까지 2,639명의 말라리아 환자가 발생하였다.
  
  

  환자들은 주로 경기 북부 지역(파주, 연천, 철원, 김포 등)에서 발생하고 있는데 대부분의 환자가 휴전선 근처에 근무하는 군인들이다. 부산 등 남부 지방에서 환자발생이 되고 있으나 이는 전방지역에서 군 제대 후 몇 개월 후에 발병한 경우이다. 우리 나라에서 발생하는 말라리아는 삼일열 말라리아로 병원충을 가지고 있는 모기에 물린 후 증상이 나타나는데 잠복기는 보통 14일 정도이나 6-8개월 후에도 발병할 수 있다. 20년만에 다시 말라리아가 유행하게 된 이유는 환경의 변화로 모기가 번성하게 되었고 대부분의 환자가 비무장지대에서 근무하는 군인들로 말라리아가 유행하고 있는 북한에서 병원충을 가지고 있는 모기가 넘어와 전염을 시키고 있지 않나 생각된다.
  
  

  유행시기는 봄부터 늦가을까지로 증상은 모기에 물린 후 잠복기를 거쳐 두통과 함께 특징적인 발열, 처음에는 매일 40도 이상의 고열을 보이다가 48시간마다 열이 나고 빈혈이 생기며 나중에는 간과 비장이 손상된다. 진단은 특징적인 증상과 혈액검사를 통해 병원충을 확인하여 내리며 초기에 말라리아 특효약 클로로퀸(키니네)을 복용하면 완치될 수 있으나 키니네에 잘 듣지 않은 환자가 있고 병이 진행하면 치료가 어려워질 수 있다.
  
  

  말라리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조기에 의심되는 환자를 발견하여 치료하고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하는데 주로 학질모기가 해가 진 후 초저녁부터 새벽까지 활동하므로 이때는 긴팔 옷을 입는 것이 좋겠다. 또한 방충망을 설치하고 모기가 생기지 않도록 축사나 모기가 서식하는 물웅덩이에 살충제를 뿌려야 한다. 이런 조치와 함께 국가적으로 말라리아가 전국적으로 확산되지 않게 보균자 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라졌던 전염병이 다시 문제가 되는 것은 환경변화에 따른 현상이지만 우리가 이런 병에 너무 무관심한 것도 한 원인이므로 국가적인 전염병 관리와 개인위생 수칙을 지키는 것이 좋겠다.